영국이 세상의 4분의 1을 지배하던 시대에 지어진 석조건물은 세기를 비껴나 황푸강을 바라보고 있다. 푸서의 옛 조계지에 남은 미려한 유적들은 지금도 권력자들의 소유였다. 오가는 사람들도 입성이 깨끗하고 얼굴색이 좋았다. 그 가운데 비루먹은 꼴을 한 문이 어정거리니 눈에 띠는 것은 당연하다. 한 블록만 더 가면 뤼엔 일가의 후계자가 머무는 건물이니 오죽할까....
5. 모처럼 할 일이 생긴 메이화는 팔도 안 아픈지 한참이나 부채를 파닥거려 주었다. 천장의 선풍기조차 고장 나 바람 한 점 스치지 않는 날이다. 더위를 거의 안 타는 체질이라지만 상하이의 여름 날씨에 정장을 갖춰 입는 건 고역이었다. 온갖 불평을 입에 담으며 셔츠를 꿰어 입던 문은 타이를 남겨 두고 한숨을 푹 쉬었다. 뤼엔의 도련님이 꺾어놓았던 문의 손가...
4. 더 이상 대안이 없다. ─마가렛 대처 1967년 10월의 우주조약은 무용해졌다. 인류는 더 이상 우주를 꿈꿀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. 그 세계는 소유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. 이 냉전에는 우주가 없다. 잔존하는 것은 땅 아래 고인 한 줌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 뿐. 쇠락은 이 시대의 표상이었다. 사람들은 지평선과 수평선 너머 대신 자신의 그림자가 ...
3. 리야드 왕가의 침몰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. 먼 옛날 사람들은 동구의 제국이 무너져가는 속도를 더러 폴란드의 10년, 체코의 10달, 동독의 10주라 묘사했다. 바로 지난 세기에 주어진 종말의 유예는 10분이었다. 코트디부아르에서 전송된 충격적인 폭로는 9분56초간 BBC의 메인에 떠 전 세계의 웹으로 ...
2. 상하이와 저장성浙江省의 남쪽 경계에는 뤼엔鸞 가문의 장원이 있다. 드넓은 장원의 한 가운데, 물길과 대지를 사이에 두고 수련처럼 떠 있는 저택은 고립 속에서 쓸쓸하다. 무굴 제국을 역사에 새겨 넣은 건축물처럼 뤼엔의 저택 역시 당대의 부와 호화로움을 집약시킨 결과물이다.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화려함은 이 건물이 누군가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기념비라 는 ...
찬란한 도시를 향하여 Ⅰ 1. 신싱화위엔新星花園은 삼십 년 전만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고급 아파트였다. 문씨가 자리를 튼 동에는 이십오 세대가 살았었다. 그들은 모두 부유하고 여유로운 자들이어서, 희게 칠한 담 앞에는 제복을 차려입은 경비원이 항상 지키고 서 있었다고 한다. 삼십 년 이라니, 삼십 일 밤도 길게 느껴지는 아홉 살의 황메이화에겐 천지창...
조아라 연재 사랑의 재발명(2020~) 포스타입 연재 찬란한 도시를 향하여(2003년 'Moon'으로 연재 개시 후 개정증보, 2023~) 기능하는 환상들(2024~) E-book 사사(2022~2023년 연재, 비욘드, 2023) 압화의 서정(2007년 'Dry Flower'로 연재 후 개정증보, 비욘드, 2023) 다이얼 어 테일(비욘드, 2019) 재...
최초의 순간부터 이 영화의 축약 방식이 기꺼웠던 건 아닙니다. 영화 <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>는 소설<팅커, 테일러, 솔저, 스파이>에 대한 매체이전이라기보단 일종의 헌사이자 감상문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. 저와 원작 사이에 감독과 각본가의 해석이 한 차례 더 끼어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생경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. 제가읽은...
야오이를 씁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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